"꿈이 있어야 성공한다"는 말, 살면서 수도 없이 들어봤다. 나도 한때 그 말을 믿었는데, 막상 내 인생을 돌아보니 꿈은 세 번이나 꺾였고, 그래도 29년째 선생님 소리를 들으며 살고 있다. 꿈과 성공의 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라이트 형제가 증명한 것
1903년 12월 17일, 윌버 라이트와 오빌 라이트 형제는 플라이어호(Flyer)를 타고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에 성공했다. 비행시간은 고작 12초, 거리는 37미터였다. 당시로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성과였지만, 그날이 항공 역사의 출발점이 된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라이트 형제는 대학도 나오지 않은 자전거 수리공이었다. 주변에서 비웃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는데, 그들은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꿈은 거창하고 명확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내 경험상 이건 좀 다르다. 라이트 형제처럼 꿈이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오늘 하루 좋아서 하는 일'에 가까울 때, 오히려 더 오래 지속된다.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라는 개념이 있다. 자기 효능감이란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뜻한다. 심리학자 앨버트 밴두라가 제시한 이 개념은, 라이트 형제의 사례에 그대로 적용된다. 남들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의 가능성을 믿는 힘, 그것이 그들을 하늘로 올려 보낸 것이다.
전화기와 자동차도 처음에는 쓸모없는 발명이라고 조롱받았다. 꿈을 비웃는 사람들이 오히려 역사에서 잊힌다는 사실이, 나는 항상 위로가 된다.

고흐의 삶은 불행했을까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는 살아 있는 동안 단 한 점의 그림만 팔았다. 가난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37세에 생을 마감했으니, 겉으로 보면 비극적인 인생이다. "사는 동안 너무 불행했을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해한다. 솔직히 처음 고흐의 이야기를 접했을 때 나도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데이터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흐는 10년 남짓한 화가 인생 동안 900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이건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하루에 평균 한 점 가까이 그렸다는 뜻인데, 그림이 지긋지긋하게 싫은 사람이 그 속도로 그릴 수는 없다. 내재동기(intrinsic motivation)라는 개념이 딱 맞다. 내재동기란 외부 보상이 아닌 활동 자체에서 오는 만족감을 말하는데, 고흐는 팔리지 않아도, 인정받지 못해도, 그리는 행위 자체에서 이유를 찾았던 사람이다.
나는 고흐가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행복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그 양과 밀도의 작품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생계와 인정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그를 짓눌렀던 것도 사실이겠지만,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안고 살았던 사람이 고흐이다. 불행과 행복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한 사람 안에 공존할 수 있다는 걸 고흐가 보여준다.
꿈을 좇는 삶이 반드시 외적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삶이 의미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고흐의 그림이 지금 전 세계 수백만 명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이다.
세 번 꺾인 꿈, 그래도 여기까지
나는 어릴 때 꿈이 세 가지였다. 과학자가 되어 우주를 탐험하는 것, 목사가 되는 것, 그리고 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과학자의 꿈은 접었다. 나보다 월등히 공부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현실을 직시한 것이다. 불교 학생회 활동이 계기가 되어 목사의 꿈도 자연스레 멀어졌고,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사범대를 선택지에서 지워야 했다.
야간대학을 다니면서 교직 과목을 부전공으로 이수했는데, 회사 일 때문에 교생실습을 끝내 나가지 못했다. 그렇게 공교육의 꿈은 서류 위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1997년에 대교에 입사한 뒤로 지금까지 29년째 선생님 소리를 듣고 있다. 사교육이라는 경로가 내 꿈의 대안이 아니라 또 다른 실현 방식이었던 셈이다.
일반적으로 꿈은 처음 세운 목표를 그대로 이루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내 경험상 꿈은 형태를 바꾸면서 살아남는다. 올해부터는 교회도 다니기 시작했는데, 목사는 못 되더라도 집사나 권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 번 꺾인 꿈이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다시 피어나고 있다.
내가 경험으로 확인한 꿈의 변형 패턴을 정리하면 이렇다.
1. 과학자 꿈 → 포기 → 이공계 지식을 학습 교재 해설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흡수
2. 목사 꿈 → 방향 전환 → 교회 봉사 활동과 집사 목표로 재점화
3. 학교 선생님 꿈 → 공교육 대신 사교육 → 29년간 아이들과 함께하는 삶으로 실현
꿈이 꺾이는 것과 꿈이 사라지는 것은 다르다. 꺾인 꿈은 방향을 바꿔 다시 자란다.
꿈 없이 성공한 사람들, 그리고 시카고 플랜
시카고 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는 미국 시사 잡지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가 발표하는 세계 대학 순위에서 해마다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설립 초기에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던 학교가, 5대 총장 로버트 허친스(Robert Hutchins)의 '시카고 플랜(Chicago Plan)' 이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현재까지 90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이 그 결과이다.
시카고 플랜의 핵심은 고전 독서를 통한 인문적 소양 교육이었다. 학생들이 스스로 가치를 발견하고 미래를 설계하도록 유도한 교육 방식이다. 내러티브 정체성(narrative identity)이라는 개념과 맞닿아 있다. 내러티브 정체성이란 자신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인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심리적 과정인데, 독서가 이 과정을 강화한다는 것이 다수의 교육 연구에서 확인된다. ("https://www.uchicago.edu/education/undergraduate/core-curriculum/" 출처: 시카고 대학교 공식 커리큘럼 소개
그렇다면 꿈 없이 성공한 사람은 어떻게 설명할까. 실제로 거창한 꿈 없이 눈앞의 일에 집중하다가 큰 성과를 낸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이걸 보고 "꿈은 필요 없다"라고 결론 내리는 것은 성급하다. 그들에게도 지금 하는 일에 대한 작은 방향감, 즉 미시적 목표(micro-goal)는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미시적 목표란 거창한 비전이 아니라 오늘 이것만큼은 잘해보겠다는 구체적인 다짐을 뜻한다.
나는 꿈이 꼭 필요하다 아니다를 이분법으로 나누는 게 가장 비생산적인 논쟁이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꿈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지금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느냐이기 때문이다. 그 의미가 쌓이면 어느 순간 그것이 꿈이 된다. ("https://psycnet.apa.org/doiLanding?doi=10.1037%2Famp0000710" 출처: APA PsycNet, 내재동기와 목표 연구
자주 묻는 질문
Q. 꿈을 이루지 못하면 인생이 실패한 건가요?
A. 라이트 형제도 처음 설계한 비행기는 수십 번 추락했고, 나도 세 번의 꿈이 원래 형태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꿈의 실현은 직선으로 간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방향을 바꾸고 모습을 바꾸며 이어진다.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아직 다른 형태로 진행 중인 것일 수 있다.
Q. 고흐처럼 가난하면서 꿈을 좇는 건 무모한 것 아닌가요?
A. 솔직히 이건 예상 밖으로 복잡한 질문이다. 고흐의 경우, 생계의 고통은 분명했지만 그림을 그리는 순간의 몰입과 만족 또한 실재했을 것이다. 두 가지를 동시에 안고 가는 것이 가능한지는 개인의 내성과 환경에 따라 다르다. 다만 현실적인 생존 기반 없이 꿈만 좇는 것은 지속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꿈과 생계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Q. 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나요?
A. 꿈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 하는 일에서 작은 의미를 찾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일종의 꿈이다. 거창한 비전보다 오늘의 작은 만족이 쌓이는 삶이 오히려 지속적인 행복에 가깝다는 연구도 있다. 꿈의 크기보다 지금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Q. 시카고 플랜처럼 독서가 꿈을 만들어줄 수 있나요?
A. 나의 경험상, 독서가 꿈을 직접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독서는 내가 어떤 것에 반응하는지를 발견하게 해 준다. 시카고 플랜이 90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었던 것도, 학생들이 책을 통해 자신이 무엇에 끌리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을 밟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Q. 꿈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라이트 형제 시대에 하늘을 나는 기계를 만들겠다는 꿈만큼 현실과 동떨어진 것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꿈의 현실성보다 그 꿈을 향해 오늘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이 무엇인지이다. 꿈과 현실의 거리를 한 번에 좁히려 하지 않고, 미시적 목표로 잘게 쪼개는 것이 내가 경험으로 확인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꿈이 있어야 성공하는지, 꿈 없이도 잘 살 수 있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다만 내가 29년을 돌아보며 확신하게 된 것은 하나이다. 꿈이 꺾여도 그 방향을 완전히 잃지 않으면, 삶은 예상치 못한 길로 꿈을 다시 데려다준다. 지금 꿈이 없다고 느끼는 분이라면, 오늘 가장 좋아서 하는 일이 무엇인지 한 번만 들여다보기 바란다. 거기서 시작하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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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갈매기의 꿈 글: 리처드 바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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