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미움받지 않으려고 자신을 숨긴 적 있나요? 나는 솔직히 이 질문을 처음 봤을 때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청소년소설 <체리새우>를 읽고 나서, 내 안에도 다현이가 있었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관계를 위해 나를 지우는 것, 그게 얼마나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인지를 이 책은 아주 조용하고도 정확하게 짚어낸다.
비밀글이 필요했던 이유
주인공 다현이는 초등학교 시절 따돌림을 경험했다. 그 트라우마(trauma)란 심리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적 경험이 남긴 상처를 뜻한다. 다현이에게는 그 상처가 중학교에서도 고스란히 남아, 친구 무리인 '다섯 손가락'에서 이탈하는 것 자체가 공포였다. 아이돌 음악 대신 가곡과 클래식을 좋아한다는 사실, 글 쓰는 걸 즐긴다는 취향까지 철저히 숨겼어. 그 숨겨진 자아가 나온 곳이 바로 비공개 블로그 '체리새우'이다. 블로그(blog)란 웹(web)의 'b'와 일지를 뜻하는 로그(log)가 합쳐진 말로, 새 게시물이 목록 맨 위로 올라가는 일지 형식의 1인 미디어다. 쉽게 말해 개인이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온라인 공간이다. 최초의 블로그는 1997년 미국에서 시작된 '스크립팅 뉴스'로, 그 이후 정보 생산이 특정 직업군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행위가 됐다.

내가 직접 써봤는데, 처음에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그냥 회사 홍보 채널 정도로만 생각했다. 업무용 콘텐츠나 올리는 곳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다현이의 비밀글을 읽으면서 문득 깨달았다. 블로그가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꺼내놓는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걸 말이야. 그 이후로 내 블로그에도 조금씩 솔직한 이야기를 올리기 시작했어.
블로그의 목적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어.
1) 일상형: 개인의 일상과 취미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방식으로, 다현이의 '체리새우'가 이 유형에 해당한다.
2) 리뷰형: 여행, 맛집, 영화, 공연, 제품 등을 직접 체험하고 후기를 남겨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3) 전문가형: 경제, 법률, 의학, 과학 등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게시하는 방식이다.
다현이의 블로그는 명백히 일상형이었지만, 그 안에는 자기 자신을 지키려는 처절한 기록들이 담겨 있었어. 비공개라는 설정이 그 공간을 더 솔직하게 만들었고, 역설적으로 그게 다현이의 진짜 목소리였어.
나다움을 잃었을 때 관계도 흔들린다
다현이가 새 학기에 은유와 짝이 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환된다. 다섯 손가락 친구들이 싫어하는 은유와 모둠 과제를 함께하게 된 거야. 처음에 다현이는 친구들의 눈치를 보며 은유를 멀리하려 했지만, 과제를 하면서 오히려 은유 곁에서 더 편안함을 느낀다. 자기 취향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 처음으로 생긴 것이다. 그 순간이 내 경험과 겹쳐 보였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내 과거가 떠오를 줄은 몰랐거든. 나도 한동안 어떤 그룹 안에서 내 의견보다 분위기를 먼저 읽으려 했던 때가 있었어. 결국 그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고, 지나고 나서야 내가 그 안에서 얼마나 소진되고 있었는지를 알게 됐다.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지드는 "내 모습 그대로 미움받는 것이 나 아닌 다른 모습으로 사랑받는 것보다 낫다"라고 했다. 이 말이 책 속 다현이에게, 그리고 관계를 위해 자신을 지우고 있는 누군가에게 정확히 필요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동조(同調, conformity)란 집단의 압력이나 분위기에 맞춰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는 현상을 말한다. 다현이의 행동 패턴이 바로 이 동조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다현이가 다섯 손가락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설아와의 다툼 끝에 자신이 그 관계에서 어떤 위치였는지를 알게 되는 장면은 꽤 마음이 아팠다. 상호성(reciprocity)이란 관계에서 서로 동등하게 주고받는 상태를 의미한다. 다현이의 관계에는 그 상호성이 없었다. 선물을 주고, 부탁을 들어주고, 무시당해도 기분 나쁜 티를 내지 못했던 다현이만 있었을 뿐이다.
'청소년기의 또래 관계는 정체성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출처: 미국 국립보건원 NIH)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기 또래 집단 내 사회적 수용(social acceptance) 여부가 자아 개념 발달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다현이가 단순히 예민한 아이였던 게 아니라, 그 나이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 안에 있었던 거다.
블로그 공개, 나다움을 세상에 내놓는 일
책의 결말에서 다현이는 비공개였던 '체리새우' 블로그를 공개로 전환한다. 그 결정이 작지만 용감했다. '진지충', '선비질' 소리를 들을까 봐 두려웠지만, 막상 공개하자 친구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고 다현이는 관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졌다. 내 경험상 이건 좀 다르다. 블로그를 공개로 운영하는 것이 항상 좋은 반응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블로그는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개인 정보 유출(information leakage)이란 개인이 의도하지 않게 사적인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는 현상에 대한 경각심도 필요하다. 또한 타인의 저작물을 동의 없이 사용하면 저작권 침해(copyright infringement)에 해당하고, 동의 없이 타인의 사진을 올리면 초상권 침해(right of publicity)가 된다. 블로그를 운영할 때 이 세 가지는 반드시 짚어봐야 한다.
하지만 다현이가 블로그를 공개한 행위의 본질은 그런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건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세상에 말하는 선언이었다. 그게 바로 자기표현(self-expression)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자기표현이란 자신의 감정, 생각, 가치관을 외부로 드러내는 행위로, 심리적 건강과 자아 존중감 형성에 깊이 연결돼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자기표현 활동과 자아 존중감 사이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 (출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다현이가 블로그를 공개한 뒤 느낀 자유로움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실제로 발생하는 변화였던 겁니다.
내가 직접 블로그에 개인적인 생각을 올리기 시작했을 때, 처음엔 아무도 읽지 않을 것 같아서 오히려 더 솔직하게 쓸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게 내 글쓰기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다현이가 비밀글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키웠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시작했다는 게 이 책을 읽으며 새삼 실감됐다.
자주 묻는 질문
Q.체리새우에서 다현이가 블로그를 공개로 바꾼 이유가 뭔가요?
A. 다현이는 다섯 손가락 친구들과의 관계가 동등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뒤, 자신을 숨기며 유지하는 관계보다 자기 모습 그대로 드러내는 삶을 선택한다. 비공개 블로그는 그 감추어진 자신의 공간이었고, 이를 공개로 전환하는 행위는 '나다움'을 세상에 선언하는 상징적 장면이다. 예상과 달리 친구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었고, 다현이는 관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다.
Q.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 공개로 해야 하나요, 비공개로 해야 하나요?
A. 목적에 따라 다르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거나 감정을 기록하는 용도라면 비공개로 시작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다. 제 경험상, 비공개로 먼저 솔직하게 써두면 이후 공개 글을 쓸 때도 목소리가 더 분명해지는 효과가 있었다. 다만 공개 전환 시에는 개인정보 유출과 저작권 침해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Q. 청소년 시기에 진짜 친구 관계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체리새우에서 제시하는 답은 단순하다. 관계에 집착하는 대신, 자기 자신을 먼저 단단하게 세우는 것이다. 다현이가 은유, 시후, 해강과 함께했을 때 편안했던 이유는 그 관계 안에서 자신을 숨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건강한 관계란 각자가 독립된 개체로 잘 설 수 있도록 서로 도와주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Q. 블로그 정보를 볼 때 주의할 점이 있나요?
A. 블로그는 개인이 주관적으로 작성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정보의 신뢰도가 천차만별이다. 출처와 근거가 명확한지, 작성자의 전문성이 확인되는지를 기준으로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건강, 법률, 금융 관련 정보는 공신력 있는 기관의 자료와 반드시 교차 확인하시기 바란다.
다현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블로그가 단순한 정보 공유 플랫폼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됐다. 결국 건강한 관계는 나 자신이 중심을 잡고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고, 그 중심을 찾는 과정에서 글쓰기는 꽤 좋은 방법이 된다. 비공개든 공개든, 자기 목소리로 쓴 글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아직 블로그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비밀글 하나로 시작해 보시길 권한다.
참고: https://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3984542/
https://www.nypi.re.kr
#체리새우:비밀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