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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카멜레온>상황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기회주의적 태도에 대한 비판

by 최미화 2026. 8. 6.

상황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모습을 바꾸는 기회주의자가 되지 맙시다.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의 단편 소설 《카멜레온》은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권력과 계급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자신의 신념과 태도를 바꾸는지 날카롭게 포착해 낸 고전 명작입니다.


소설은 하급 경찰관 오추멜로프가 시장통에서 벌어진 소동을 해결하는 과정으로 시작합니다. 금세공사 흐류킨이 손가락에 피를 흘리며 "개가 내 손가락을 물었으니 주인에게 손해 배상을 받아야겠다"라고 울부짖고 있었고, 오추멜로프는 정의감에 차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누군가 동물에게 해를 입거나 물리게 되었다면 그 주인을 찾아 책임을 묻고 적절한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법적·도덕적 권리입니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친구분의 과수원에 갔다가 개가 무서워 피하던 중 뜻하지 않게 물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의 놀라움과 억울함, 그리고 물리적·정신적 고통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경험입니다. 그렇기에 피해자 흐류킨이 자신의 피해에 대해 당당하게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모습은 지극히 합리적인 행동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공정하고 엄격하게 법을 집행해야 할 경찰관 오추멜로프의 행동은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방향이 아니라, '그 개의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단 하나의 질문에 따라 180도 뒤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상황과 권력에 따라 변하는 오추멜로프의 이중성

오추멜로프는 소동 초반, 개의 주인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을 때는 매우 당당하고 서슬 퍼런 태도를 보입니다. 그는 "법을 보여주겠다""개 주인에게 벌금을 물리고 개는 당장 처치하겠다"며 공권력의 위엄을 과시합니다. 흐류킨의 피해에 공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정의로운 해결사를 자처한 것입니다.

하지만 구경꾼 중 누군가가 "저 개, 장군님 댁 개 같은데?"라는 한마디를 던지는 순간 상황은 반전됩니다.


첫 번째 전환 (장군님의 개라는 소문):
오추멜로프는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며 외투를 벗어던집니다. 그리고는 억울함을 호소하던 피해자 흐류킨을 향해 "너같이 큼직한 놈이 조그만 개한테 물렸을 리 없다", "손가락에 담배 불빵을 놓아놓고 돈을 뜯어내려고 자작극을 벌이는 악당"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돌립니다.
두 번째 전환 (장군님 개가 아니라는 반론):
 입고 있던 경관이 "장군님은 저런 볼품없는 개를 기르지 않는다"고 말하자, 오추멜로프는 다시 태도를 바꿉니다. 개를 향해 "떠돌이 개니 당장 처치해 버리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입니다.
세 번째 전환 (장군님 마당에서 본 기억):
경관이 다시 "장군님 댁 마당에서 본 것 같다"고 중얼거리자, 오추멜로프는 갑자기 추위를 느낀 듯 다시 외투를 입습니다. 그러고는 개를 장군님 댁에 데려다주라 명령하며 "내가 찾아주었다고 전하라"는 아부를 잊지 않습니다. 심지어 사람을 문 개를 두고 "생기 있고 영리한 녀석"이라며 칭찬까지 아끼지 않습니다.
최종 결말:
 장군가 요리사가 나타나 "장군님 개는 아니지만, 방문하신 장군님의 동생분 개"라고 확인해 주자 오추멜로프의 아부는 극에 달합니다. 군중은 손가락을 물린 흐류킨을 비웃기 시작하고, 오추멜로프는 흐류킨에게 "나중에 보자는" 위협을 남긴 채 자리를 떠납니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오추멜로프는 전형적인 기회주의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냅니다. 강자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게는 한없이 강하게 굴며,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실과 정당성을 왜곡하는 이중적 성격의 전형입니다.

 

작가의 상징 기법: '외투'와 '카멜레온'

체호프는 이 소설에서 오추멜로프의 간사한 태도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매우 뛰어난 복선과 상징을 사용합니다. 바로 '외투를 입었다 벗었다 하는 행위'입니다.

오추멜로프는 장군님의 개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권력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더위를 느끼며 외투를 벗습니다. 반대로 개가 장군의 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거나 상황이 다시 급변할 때는 심리적 위축과 불안으로 추위를 느끼며 외투를 다시 입어 올립니다. 외투를 벗고 입는 이 단순한 행동은 그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기회주의적 계산과 간사한 태도 변화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훌륭한 장치입니다.

실제 파충류인 '카멜레온'은 머리가 투구 모양이고 몸에 좁쌀 같은 돌기가 있으며, 주위의 환경, 광선, 온도 변화에 따라 피부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소설 《카멜레온》에는 동물 카멜레온이 단 한 번도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체호프가 이 작품의 제목을 《카멜레온》으로 지은 이유는 분명합니다. 권력의 향방과 눈앞의 이익이라는 '환경'에 맞춰 순식간에 자신의 신념과 태도를 바꾸는 오추멜로프의 모습이, 주변 색에 맞춰 몸색은 바꾸는 카멜레온의 생태적 특성과 완벽히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현대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

체호프가 이 소설을 쓴 시대는 19세기 찌든 제정 러시아 사회였고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러시아 농민은 비참한 농노의 삶을 영위하였고, 최악의 전제 정치 아래서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하급 관리들의 문제점은 무능하고 부패했다는 것입니다. 오추멜로프가 보여주는 '카멜레온적 인간상'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변형된 형태로 존재합니다.

사회적 약자의 정당한 권리 주장이나 피해 호소는 권력이나 재력을 가진 자들의 이익 앞에서 너무나 쉽게 묵살되곤 합니다. 줄을 잘 서고, 상황 판단을 빠르게 하여 강자에게 붙는 것을 '능세능란한 처세술'로 포장하는 태도 역시 소설 속 오추멜로프의 모습과 다를 바 없습니다.

피해를 입고도 도리어 군중의 비웃음을 당하며 홀로 남겨진 흐류킨의 모습은, 권력과 이기심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약자가 어떻게 고립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결국 체호프의 《카멜레온》은 단순한 인물 희화화를 넘어, 강자 앞에 숙이고 약자 앞에 군림하려는 인간의 간사한 본성과 사회적 불의를 향해 던지는 날카로운 풍자이자 경고입니다. 우리는 삶의 여러 순간에서 스스로가 타인의 권리를 짓밟는 '오추멜로프'나 주변 환경에 따라 색을 바꾸는 '카멜레온'이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카멜레온

#기회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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