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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나비를 잡는 아버지>: 붉은 고추잠자리와 아버지의 사랑

by 최미화 2026. 8. 7.

현 덕 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며 글을 쓰는 논술 교사이자, 과거의 소소한 추억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작품은 현덕 작가의 대표 단편 소설, <나비를 잡는 아버지>입니다.

 

초·중등 학생들과 이 책으로 독서 논술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1930년대라는 시대적 아픔을 넘어서서 오늘날 우리의 삶과 마주치는 수많은 질문과 감정들을 만나게 됩니다.

 

 1. 줄거리로 읽는 <나비를 잡는 아버지>

소설의 배경은 일제강점기 시골 마을입니다. 주인공 바우는 소학교를 졸업했지만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이기에 상급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집에서 농사일을 도우며 지냅니다.

어느 날, 서울에서 유학 중이던 소학교 동창이자 마름의 외아들인 경환이가 여름 방학을 맞아 화려하게 고향으로 내려옵니다. 경환이는 신식 유행가를 부르고 멋진 채집통을 든 채 나비를 잡으러 다닙니다.

바우는 상급 학교에 가지 못한 슬픔과 억울함, 그리고 모자랄 것 없는 경환이에 대한 부러움을 품은 채 소에게 풀을 뜯기며 바위에 그림을 그릴 뿐입니다.

그러던 중, 경환이가 바우가 놓아준 나비 때문에 심술이 나 바우네 참외밭을 망쳐 놓으면서 두 아이 사이에 큰 싸움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칭찬이 아닌 아버지의 매서운 호통이었습니다. 마름의 눈밖에 나 소작권을 빼앗기면 온 가족이 길거리에 나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바우에게 경환이에게 가서 비라며 나비를 잡아 오라고 시키지만, 바우는 억울한 마음에 끝내 고집을 꺾지 않고 집을 나갑니다.

하릴없이 들판을 헤매던 바우는 해 질 녘 뜻밖의 광경을 목격합니다. 무뚝뚝하던 아버지가 어설픈 몸짓으로 자식의 자존심과 집안의 생계를 위해 나비를 잡으려 온 들판을 뛰어다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바우는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뭉클해져 "아버지!"를 부르며 달려갑니다.

 

 2. 어린 시절의 기억: 소풀 베기와 빨간 고추잠자리

아이들과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저의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릅니다. 책 속에서 바우는 소에게 풀을 먹이며 외로이 그림을 그리지만, 시골에서 자란 저에게도 소와 관련된 잊지 못할 기억이 있습니다.

어릴 적 소를 몰고 나아가 풀을 먹이는 일은 언니의 몫이었고, 제 담당은 소에게 줄 저녁 풀과 다음 날 아침에 먹일 풀을 낫으로 베어 오기였습니다. 그 시절에는 그 일이 고되고 힘들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들판의 풀냄새와 해질녘의 바람이 참 그리운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소설 속 경환이처럼 멋진 채집망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저 역시 오빠를 따라다니며 메뚜기를 잡고 개구리를 쫓아다니던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채집을 하려고 가까이 다가가면 나비나 잠자리는 어떻게 알았는지 홀연히 날아가 버리곤 했죠. 요즘 생각해 보면, 아이들의 둔한 손짓에 순순히 잡혀줄 나비나 잠자리가 세상에 어디 있었겠습니까?

하지만 그중에서도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던 배추흰나비나, 가끔 아주 드물게 발견되던 붉은 고추잠자리는 어린아이의 손에도 덜컥 잡히곤 했습니다. 그 작은 곤충 한 마리를 손에 쥐었을 때 느끼던 세상을 다 얻은 듯한 뿌듯함이 아직도 손끝에 남아 있는 듯합니다.

 3. "마름이 뭐예요?" —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클래스 노트

요즘 아이들은 곤충 채집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비 한 마리 때문에 친구와 싸우고, 참외밭이 짓밟히고, 아버지가 나비를 잡으러 나가는 상황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어합니다.

> "선생님, 경환이는 왜 그렇게 바우를 괴롭혀요?"
> "소작농이랑 마름이 정확히 뭐예요?"

생소한 1930년대의 사회·경제적 신분 갈등을 설명하기 위해, 저는 아이들에게 익숙한 소설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예로 들어 주곤 합니다.

* 마름(경환이네): 선생님의 권력을 위임받아 학급 친구들 위에 군림하는 '엄석대'
* 소작농(바우네): 권력 앞에서 눈치를 보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학급 구성원 '한병태'

이렇게 현대적인 학급 권력 구조로 치환해 설명해 주면, 아이들은 비로소 바우가 느꼈을 깊은 억울함과 경환이의 특권 의식,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여야 했던 바우 아버지의 서글픈 처지를 단번에 이해하곤 합니다.


4. 계층의 대물림을 넘어, 진짜 사랑을 가르치는 수업

논술 수업의 진짜 가치는 소설을 읽고 난 뒤 나누는 깊이 있는 토의에 있습니다.

아이들과 수업을 진행하면서 늘 느끼는 점은, 아이들이 처음에는 소작농과 마름이라는 '신분적 갈등'에 주목하다가도, 결국 마지막에 가장 깊은 울림을 받는 대목은 '아버지가 나비를 잡는 장면'이라는 사실입니다.

자식의 고집을 꺾지 못해, 그리고 자식이 겪을 슬픔과 가문의 생계를 동시에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나비를 쫓는 아버지의 어색한 뒷모습. 그 안에는 시대를 초월한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더불어 저는 아이들과 이 작품을 통해 오늘날의 사회적 문제까지 확장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1930년대에는 마름과 소작농이라는 신분적 한계가 존재했다면, 오늘날에는 부모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자녀에게 그대로 대물림되는 '계층의 벽'이 존재합니다. 상급 학교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던 바우의 눈물은, 어쩌면 오늘날 교육의 기회 불평등을 겪는 아이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수업을 마무리하며 저는 아이들에게 늘 이렇게 강조합니다.

> "부모의 지위가 자녀의 미래를 결정하는 사회는 결코 올바른 사회가 아니란다. 누구든 자신이 가진 노력과 능력에 따라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해. 그리고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바우의 아버지처럼 우리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부모님의 사랑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자."


 글을 마치며

현덕의 <나비를 잡는 아버지>는 단순히 지나간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소설이 아닙니다.

어린 시절 들판에서 쫓던 붉은 고추잠자리의 기억처럼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자식을 향한 아가페적 사랑,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공정한 사회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는 귀한 작품입니다.

오늘 저녁, 아이들과 함께 혹은 스스로 조용히 이 책을 펼쳐보며, 내 삶 속에 녹아 있는 부모님의 사랑과 나만의 '나비'는 무엇이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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