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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표구된 휴지 >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

by 최미화 2026. 8. 12.

이범선의 <표구된 휴지>는 편지라는 소재를 통해 아들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과 그 편지에 조금씩 모은 동전을 꼭꼭 싸서 가져온 아들의 마음, 그리고 그것을 사소하게 생각하지 않는 '나'의 친구와 '나'를 통하여 각박한 현실 속 정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이러한 인물의 성격과 행동을 이해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창호지를 자른 종이에 쓴 편지로 아들에게 소식을 전하려 한 아버지의 마음과 대비되는 현대 사회의 가족 간 대화 단절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 봅시다. 

이 범 선 글

[작품 들여다보기] 

<표구된 휴지>는 바쁜 도시 생활 속에서 잊혀 가는 시골 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휴지'라고 불리는 편지 조각에는 시골 마을에서 이웃들이 가족처럼 지내며 함께 살아가는 모습, 도시에 가서 일하는 아들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 조금씩 모은 동전을 편지에 꼭꼭 싸서 꿈을 을 키우는 아들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주인공과 그의 친구는 이 편지 속에서 도시 생활에서는 찾을 수 없는 감동과 위안을 얻습니다. 그리고 그 정신적 가치를  '국보'라고 표현하면서 오늘날의 금전적, 경제적 가치와는 다른 소중한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화가인 '나'는 피곤할 때면 화실 안쪽 벽에 걸린 조그만 액자의 편지를 읽는 버릇이 있습니다. 편지는 시솔에 있는 늙은 아버지가 서울로 돈 벌러 간 아들에게 쓴 것으로 보입니다. 편지는 3년 전 가을, 은행에 근무하는 '나'의 친구가 은행 고객인 어떤 청년이 동전을 싸 왔던 구겨진 휴지를 표구해 달라고 부탁하며 가져온 것입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저금을 하러 은행에 들르는 청년은, 라면 봉지에서 꺼낸 꼬깃꼬깃한 백 원짜리 지폐 다섯 장으로 시작해 매일 이백 원, 삼백 원, 오백 원씩 저금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저금통을 깨서 나온 동전을 종이에 싸 왔는데, 그 종이가 바로 친구가 가져온 구겨진 휴지입니다. 나는 친구의 부탁대로 휴지를 표구사에 맡깁니다. 그리고 그 친구가 외국 지점으로 전근을 가던 날 그 편지를 떠올리고는, 그 길로 표구사에 가서 편지 액자를 찾아옵니다. '나'는 친구가 외국에 가고 이 년 남짓 동안 그 액자를 간간이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차츰 표구를 부탁한 친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960년대 산업화. 도시화와 이촌 향도]

한국의 산업화는 1960년대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되면서 본격화되었습니다. 정부는 국민 경제 발전을 위해 1962년부터 5년 단위로 경제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국가 경제에 개입하여 제조업을 발전시키고 외국에서 자본을 끌어오는 등 국가가 주도하는 수출 지향의 공업화 정책을 추진하였습니다. 1962년부터 1971년까지 제1.2차 경제 개발 계획 기간 동안에는 낮은 임금의 풍부한 노동력을 이용하여 섬유, 합판, 신발들의 제품을 만들어 미국과 일본으로 수출하면서 경제 규모가 급속도로 켜졌습니다. 1970년대부터는 정부에서 중화학 공업을 육성하여 경제 성장을 주도하며 고도성장을 이룩했습니다. 그러나 경제의 대외 의존이 심화되고 빈부 격차와 같은 사회 모순이 깊어지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습니다.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농업이나 임업과 같은 1차 산업의 비중은 낮아지고, 공업과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아졌고,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공업 생산은 국민 총생산의 10% 안팎에 불과하였고 도시에서 일자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도시에서의 고용 기회가 확대되면서 농촌 인구가 대거 도시로 이동하는 '이촌향도'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196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의 도시화로 인해 농촌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촌 향도 현상으로 인해 농촌 지역의 청년층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농촌 인구의 고령화와 부녀화가 심화되었고 이는 노동력 부족과 휴경지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구 감소로 인해 교육 기관과 의료 및 편의 시설 등이 부족해지면서 농촌의 생활환경은 점점 더 낙후되어 갔습니다. 또한 도시와 농촌 간의 소득 격차가 심화되면서 농가 부채가 증가했고, 농촌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나'의 심리 변화 _삶의 위안 ]

'나'가 편지 액자에 대해 알게 되는 장면을 읽어보면 은행가인 친구가 아무렇게나 구겨서 던졌다가 다시 편 휴지를 표구를 부탁하려고 찾아온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친구가 '나'에게 휴지의 표구를 부탁하면서 한 '국보급'이라는 말의 의미를 잘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예쁜 그릇에 그럴듯하게 잘 차린 음식이 아니라 "바가지에 담아 내놓은 옥수수 냄새 같은"이라고 표현한 것에서 시골의 투박하고 소박하지만 정성 어린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휴지처럼 보였던 편지가 하는 역할은 그 안에 담긴 소박하고 일상적인 내용을 통해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편지를 보며 위안을 얻는 '나'의 모습을 통해 사소한 것에서도 삶의 위안을 얻을 수 있음을 알게 하는 것입니다. 지게꾼 청년이 그동안 모은 동전을 저금하려고 은행에 온 것을 보면서 어릴 적 돼지 저금통에 동전을 모아서 은행에 저금하러 가던 제 모습도 생각이 납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온라인이나 카드로 대체된 일들이 새삼 시대가 많이 변했음을 느끼게 합니다. 

 

처음에는 맞춤법이 틀리고 서투른 글씨로 쓰인 편지를 휴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표구를 한 다음, 의미 없이 벽에 걸어 두었고, 간간이 표구가 된 편지를 보면서 감동을 느끼다가 피곤할 때마다 액자를 보며 마음의 위안을 받습니다. 편지에서 '송아지' 글자가 좀 크고 먹 색깔도 진안 이유는 송아지가 태어났다는 소삭울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나'가 편지의 글씨를 보고 미소 짓게 되는 이유는 매우 서툴고 제멋대로 그려진 글씨지만, 한 자 한 자 쓸 때의 정성과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새로 태어난 '애비보다 에미를 더 닮은 송아지'는 아들을 그리워하는 부모의 마음을 담고 있는 소재입니다. '너거 엄마는 돈보다 너가 더 좋다 한다.'라는 말은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편지를 대하는 '나'의 태도를 보면 이 소설에 나오는 편지는 표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국보급'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지에는 요즘 잘 볼 수 없는 아버지의 사랑과 정이라는 정신적 가치가 들어있습니다. 또 '나'가 말한 대로 편지의 글씨에도 쓸 사람의 개성과 마음이 잘 드러나 있어서 표구를 해서 두고 오래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표구된휴지

#이촌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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